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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두출수(搖頭出手)’와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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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2017-12-26 11:18 조회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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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나라 무제 때의 역사가인 사마천이 편찬한 사기는 최고의 역사서이자 인간관계의 백과사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원전 91년에 쓰인 사기에서 언급된 인간과 인간관계의 모습은 2100여년이 세월이 흐른 현재에도 삶과 인간관계에 대한 시공간을 초월한 녹슬지 않은 현재성과 통찰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무리 최첨단 기술시대로 진입하고 문명의 이기가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인간과 인간관계의 모습은 종이도 발명되지 않아 죽간에 사기를 편찬했던 2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관계에서 일상의 평온을 침범하지 아니하고 존중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무리하지 않는 삶이 현재의 시대정신인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항상 예외 없이 일상의 평온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인간관계는 깊어질 수 없고, 인간적인 이격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두출수(搖頭出手)’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술자리에서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어서 벗이 권하는 술을 도저히 못 마시겠다고 머리를 흔들면서도 손은 이미 술잔을 받기 위해 나가 있는 상황을 묘사하는 말이다. 이 말은 출처가 분명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몇 해 전 광주의 사직공원 어느 통기타 가게 벽에서 ‘요두출수’라는 말을 처음으로 접했고,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서도 봤는데 허영만 만화가가 창작한 말인지 그 또한 어디서 인용한 말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요두’는 자신의 주관적 상황의 특수성에서 나오는 ‘이성’을 상징하고, ‘출수(出手)’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감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성을 상징하는 ‘요두’와 감성을 상징하는 ‘출수’가 이성과 감성이 함께함으로써 그 안에서 중용이 되고, 조화가 되고, 우리의 인생이 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나 우리들 자신의 삶이나 이성인 ‘요두’와 감성인 ‘출수’의 갈등과 조화의 문제는 영원한 숙제다. 유한자로서 여러 가지 한계가 있는 우리 자신은 이성적이어야 할 때 감성을 앞세우거나 감성적이어야 할 때 이성을 앞세우는 잘못을 범하고 있고, ‘요두’해야 할 때 ‘출수’하고 반대로 ‘출수’해야 할 때 ‘요두’하는 시행착오를 연속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에서는 진정으로 거절할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요두’하면서 거절해야 할 일도 많다. 반대로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면서 ‘출수’하면서 허락해야 할 일도 많다. 그래서 각자의 사정이 무엇이든 머리를 흔드는 ‘요두’를 배려 없다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고, ‘출수’를 절제 없다고 비난할 일만도 아니다. 나 자신은 ‘출수’하려고 노력해야하고, 상대방이 ‘요두’하는 것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나 자신은 ‘요두’하려고만 하고 상대방에게는 ‘출수’하기만 바라는 모습으로는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을 것이다. ‘요두’만 있으면 자기희생이 없이 거절만 하는 것 같고, ‘출수’만 있으면 술만 좋아하는 술꾼과 같고, 그래서 ‘요두’와 ‘출수’는 늘 함께 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그저 ‘요두(搖頭)’로만 머무른다면 인정 없고 배려 없는 이기적인 거부의 의사 표시로 평가되기 쉽고, ‘요두(搖頭)’ 없는 맹목적인 ‘출수(出手)’는 그저 절제 없음과 내지르기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두출수(搖頭出手)’라는 말이 비단 술자리에 한정하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네 삶의 모습에 그대로 투영할 수 있는 말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이다.

‘요두출수(搖頭出手)’라는 말로 성찰해 보는 인간과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일까? ‘돈’ 때문에 만난 인간관계는 ‘돈’이 없어지면 더 이상 만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사회적 지위와 권력’ 때문에 만난 인간관계도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없어지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만난 인간관계는 서로의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유지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과 인간관계는 결국 ‘진정성 있는 마음’이 문제이고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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