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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가 문화재 될 수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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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2014-10-24 14:16 조회1,7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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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경주 남산과 영암 월출산 산행을 다녀왔다. 평소대로라면 주마간산 식으로 대충 둘러보고 왔을 터인데, 이번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제법 구석구석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대구지역 변호사들의 초청산행이어서 정해진 순서대로 경주 남산을 오르내리다보니 곳곳에 돌덩어리처럼 산재한 불상들과 석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인과 영암 월출산을 종주하면서는 유독 산과 문화재를 좋아하는 선배 덕분에 구정봉에서 마애여래좌상과 용암사지 3층 석탑을 왕복할 기회까지 덤으로 얻었다. 필자는 이번 산행 중에 그냥 보면 돌덩어리에 불과한데, 애정으로 자세히 보고 돌덩어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돌덩어리가 문화재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그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는 글귀가 그대로 떠오르는 상황이었다. 이 글귀는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문화유산을 바라보면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이게 된다.' 라는 취지로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을 각색 인용한 것이다. 필자는 이 글귀가 음미할수록 공감이 가고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어서 좋다. 필자가 이 글귀를 아끼는 이유는 사물이나 사람이나 아는 만큼 보이고 깊어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우리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그 이전과 다른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비단 사물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고 사람을 포함한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도 이 글귀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난 17일 지역출신의 넥센 히어로즈의 서건창 선수가 한 시즌 200안타를 돌파하는 프로야구사에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서건창은 과거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방치된 잡초이자 돌맹이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2008년에 엘지 트윈스를 통해 프로야구에 입문했으나 1군에서 삼진 한 개만을 기록한 채 사라진 존재였다. 상무나 경찰청 소속이 아닌 일반인과 같이 군복무를 마치는 동안 운동을 할 수 없는 공백기로 인해 선수생명의 위기도 있었다. 2012년 넥센에 천신만고 끝에 입단하였으나 그는 연습생 신분인 신고 선수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돌맹이로 방치되고 있던 그의 소질을 알아보고 사랑과 관심으로 이끌고 발굴하여 기회를 제공해 준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과거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면서 고속성장을 추구했던 사회풍조 탓에 현재 승자독식구조와 사회적 양극화, 학벌위주의 서열주의와 인성교육실종의 폐해가 남아있다. 입시위주의 지나친 경쟁교육구조에서 인간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가치로 사람을 평가하고,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는 한 번 실패하면 사회적 낙오자가 되어 돌맹이로 평가되는 이들은 다시는 문화재로 평가될 기회자체를 얻기 힘들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최근 우리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건강성 회복을 위한 성찰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와 활동을 다루는 인문학은 인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전제에서 탐구되어야 한다. 사람이나 사물이 돌맹이에 불과한지 문화재인지는 그 기준을 어떤 곳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폐쇄적인 사회는 문화재로 탈바꿈할 수 있는 수많은 돌멩이들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돌멩이였던 서건창이라는 문화재급 선수의 성공은 위인전에나 나오는 개인의 성공신화에 불과한 것이지 사회시스템에서 문화재가 발굴되는 구조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우리사회에 수많은 돌멩이들이 문화재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 안에 있는 획일화되고 경직된 기준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그 전과 같지 않으리라. 

김정호 변호사 법무법인 이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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